전주 덕진공원
한여름 한낮의 덕진공원 산책
덕진공원 근처에 볼일이 있어 들르게 되었다. 약속한 지인과 시간이 맞지 않아 언젠가 연꽃이 활짝 피었을 때 오리라 마음먹었던 덕진공원을 연꽃이 거의 지고 연씨가 맺힌 시점에야 찾게 되었다.
한낮 11시, 한여름의 덕진공원이 궁금해 양산을 챙겨 들고 걸음을 옮겼다.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몇 해 만에 다시 찾는 길이었다.
그사이 공원은 많이 변해 있었다. 주변의 나무들은 훌쩍 자라 굵고 커다란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있었고, 예전엔 보지 못했던 ‘숲 놀이터’도 생겨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시원한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 놀이터에는 2층으로 올라가 그물망을 건너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놀이 시설도 설치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올라가서 노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릴 적 친구들과 산속에서 놀던 일이 생각났다.
어릴 적, 숲속에서 여러 나무에 칡덩굴을 묶어, 나뭇가지를 덩굴에 걸쳐 막은 후 방처럼 만들어 친구들과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토끼와 발맞추며 살던 깡촌 시골, 불편이 뭔지도 모르고 마냥 즐겁기만 했던 그때,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 동네는 정말 추억으로는 아름답지만 살기는 힘들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추억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와 주위를 둘러보니 눈앞에는 커다란 연잎이 푸르게 펼쳐져 있었다. 연꽃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연못 한가운데는 데크길로 되어 있었다.
양산을 들고 있어 사진 찍기에는 불편했지만 양산 없이는 걷기 힘든 한낮이라 사진을 찍을 때는 양산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풍경을 담아보았다. 군데군데 심어진 백일홍이 초록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비록 꽃은 거의 졌지만, 이제는 커다란 연잎과 그 위로 올라선 연씨 그리고 어쩌다 하나씩 보이는 만개한 연꽃들이 늦게 찾아온 나를 반기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꽃들로 가득한 모습도 아름다웠겠지만 연씨를 맺어 온통 초록으로 물든 모습 또한 멋지고 아름다웠다.
덥긴 했지만 간간이 공원을 찾은 사람들도 있었고, 공원 주변으로는 공원을 새롭게 단장하고 계시는 분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을이 되면 이 공원이 더 새롭고 아름답게 변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에는 중간중간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쉼터도 마련되어 있어 그곳에서 잠시 쉬며 풍경을 즐겼다. 기억으로는 예전엔 호수 중간에는 상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멋진 한옥으로 만들어진 도서관이 들어서 있었다. 그곳의 이름은 ‘연화정도서관’
멀리서 도서관 전경을 찍으려 바라보고 있는데, 담장 바깥 풀숲에 새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쉼을 취하는 것인지, 더위에 지쳐 허우적대는 것인지 걱정스러워 가까이 가 보았다. 새는 조금 허우적거리더니 옆으로 날아가 버렸다.
더위에 잠시 쉬려던 것이었겠지만, 땡볕 아래여서 괜스레 안쓰럽게 느껴졌다. 요즘 날씨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버거운 계절인 듯하다.
그렇게 공원을 한 바퀴 돌아 처음 들어왔던 입구 쪽에 다다르니 아까 보지 못한 커다란 그물망이 있었는데, 그물망 끝에 걸쳐 누워서 편안히 쉬고 계시는 분도 계셨다. 너무 편안해 보여 나도 누워 쉬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근처 의자에 앉아 잠시 더위를 식혔다. 한낮인데도 살랑이는 바람은 아직 시원했다.
햇볕 아래에서 걷는 동안은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몸은 오히려 가벼웠다.
아스팔트길 가로수 아래 산책과 이곳 공원의 산책은 온도 차가 확실히 다름을 느낄 수가 있었다. 담에 또 한 번 와서 상쾌하게 땀을 흘려봐야겠다.
혹시 전주에 들르시게 되면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덕진공원에서의 추억도 챙겨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