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산책 코스

연꽃, 매미

가치삶 (가치있는 삶) 2025. 8. 10. 18:57

숨은그림 같은 여름의 끝에서

 

입추가 지나니 확연히 온도 차의 달라짐이 느껴진다. 에어컨이 없이는 잠들기 힘들었던 무더운 밤이 이젠 창문만 열어도 잘 수 있는 시원한 밤으로 찾아 왔다. 한낮은 아직 덥기는 하지만 지난 뜨거웠던 날보다는 한결 시원해진 것을 느낄 수 있는 날씨다.

 

점심을 먹고 차도 마시고 잠시 산책도 할 겸 중인리 체육공원 앞에 있는 버디안이라는 카페에 들렀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냥 작고 소박해 보이는 카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편안함을 안겨주는 분위기로 가끔 들르는 곳이다.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일요일이라서인지 주차할 곳이 없어 길가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1층과 2층 모두 손님으로 가득했다. 때마침 2층에 자리가 비어 2층으로 올라가서 팥빙수와 커피를 마셨다. 다른 계절에는 창밖으로 체육공원이 다 보였지만, 여름이라서 우거진 나무들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가끔 이곳에서 지인과 창밖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시골 들녘과 공원 풍경을 보며 차를 마시곤 했었다. 1층에서만 머물러서인지 그동안은 체육공원에 연꽃이 있는 것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2층이어서 인지 초록의 넓은 연잎이 눈에 들어왔다. 차를 마시고 연꽃을 보며 산책하기 위해서 잠시 공원에 들르기로 했다.

 

햇살은 뜨거웠으나 큰 나무 그늘 아래 산책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산책하기 좋았다. 산책로에 들어서자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매미들이었다. 어릴 적에는 매미 소리가 여름을 상징하는 반가운 소리였지만 요즘은 너무 많은 개체 수로 인해서 도시에서도 가로수마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소음공해로 변해버렸다.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는 더 이상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가 아니라 귀를 괴롭히는 공포의 소리가 되어버렸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무에 숨어서 울고 있는 매미 사진을 여러 컷 찍다 보니 문득 숨은그림이 생각이 났다. 나무에 숨어있는 매미들을 블로그에 올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진에는 매미가 3마리나 붙어 있는 것도 있고 다른 사진에는 보호색으로 위장해서 붙어 있는 사마귀도 있었다.

 

이렇게 잠시 매미 사진을 담다가 반대쪽에 보이는 하얀색 연꽃봉오리에 시선을 돌렸다. 바람에 몸을 맡겨 흔들거리고 있는 흰색 연꽃봉오리에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연꽃을 감상하며 갖은 여유 속에서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물 위에 넓게 펼쳐진 초록 연잎 위에서 햇빛을 머금고 반짝이는 물방울들, 왠지 그 위에는 청개구리가 쉬고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보이지 않아 뭔가 어색했다.

사실, 현실은 개구리가 있기에는 너무 뜨거운 한낮이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연못의 연꽃과 나무들에 둘러싸인 중인리 체육공원 연꽃은 같은 꽃이지만 서로 다른 느낌의 풍경이었다. 이곳의 연꽃들은 풀과 나무 그늘에 어우러져 더 강하고 여유롭게 자라나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연씨 보다 봉오리가 더 많아 며칠 지나면 흰색과 분홍이 섞여 활짝 피어있는 시원한 모습의 연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초록이 가득한 연꽃 호수에 바람이 스치듯 지나가자, 넓은 연잎들의 나부낌이 내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여름의 끝을 알리듯 시끄럽게 우는 매미 소리,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연잎, 그 위에서 햇빛을 머금고 반짝이는 물방울들 지금, 이 계절 잠시 멈춰 서서 여유를 가지고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