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암대교 휴게소 산책길
임실 운암 국사봉 벚꽃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다르는 운암대교 휴게소 산책길
운암 국사봉 벚꽃길을 따라가다 보면 운암대교가 나온다. 대교 초입에 섬진강댐 물 문화관 건물이 있는 작은 휴게소가 하나 있는데, 아버지가 그곳 자장면이 맛있다며 “사 줄 테니 가보자.”고 하셔서 함께 들르게 되었다. 우리는 짜장면, 탕수육, 콩나물짬뽕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특히 아버지께서 탕수육이 맛있다며 잘 드셨다. 오랜만에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다음엔 또 다른 맛집에도 함께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옆에는 소나무로 이루어진 산책로가 있어 산책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하셔서 공원 벤치에 앉아 계시고, 엄마와 우리는 산책길로 들어섰다. 입구는 형형색색 봄꽃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산책로 초입부터는 오래된 소나무들과 잘 어울리도록 데크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웅장하게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들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화려한 봄꽃과는 또 다른, 웅장하고 묵직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천천히 걷다 보면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채,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의 풍파에 깎이고 패여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나무도 볼 수 있었다.
어떤 곳은 산, 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고슴도치 모양을 연상케하는 재미난 풍경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리고 숲속을 걷다 보면 자연을 닮은듯 자연스러운 곡선을 살린 보기에도 편안해 보이는 의자도 곳곳에서 소나무들과 어우러져 있었다. 이 소나무 숲의 웅장함은 화려한 봄꽃조차도 한 걸음 물러서게 만드는 듯했다.
이렇게 걷다보면 공원 끝쪽까지 다다르는데 그곳에는 호수 안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다리가 있다. 호수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멋찐 곳인데 이번에는 출입이 통제되어 들어갈 수가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호숫가를 따라 난 둘레길을 걷다보니 이번에는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 초록의 작은 풀들이 소나무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소나무의 웅장함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고 있었다.
크고 오래된 소나무들 사이로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의 건물들까지도 한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규모는 작지만 이 산책로는 어떤 공원보다 마음 깊이 남는 곳인거 같다.
산책을 마치고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주변 역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각양각색의 모양을 뽐내며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 옆에는 마치 우리나라 정이품송의 먼 후손처럼 보이는 멋진 소나무도 눈에 띄었다.
이 모든 풍경을 글로 다 담기에는 표현의 한계가 느껴진다. 눈으로 보고, 바람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담은 감동을 온전히 전하기엔 어떤 문장도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늘 하루를 통해 내 고향이 얼마나 멋지고 소중한 곳인지를 다시금 깊이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익숙함 속에 숨어 있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일상의 풍경이 특별하게 다가왔던 순간이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숨은 매력을 품은 곳을 찾아 새로운 감동과 만남을 기대하며 다시 길을 나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