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제 재방문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기지제 재방문
18일 만에 다시 기지제를 찾았다.
지난 방문 때에는 차가운 바람이 많이 불어 아직 겨울의 기운이 조금 남아 있었는데 오늘은 나무와 꽃들을 보니 봄에서 여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몇 년 전부터 여름이 빠르게 오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지난번과는 달리, 반소매 옷을 입고 다닐 정도로 날씨가 부쩍 따뜻해졌다. 확실히 봄을 넘어 여름으로 향하는 느낌이 들었다.
구름이 솜사탕처럼 둥둥 떠 있는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호수는 마치 거울처럼 모든 것을 고요히 비추고 있었다. 그 물 위에는 자연의 푸르름과 도시의 구조물들이 어우러져,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듯한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호수 속에 비친 아파트 단지의 모습은 실제보다 더 또렷하고 고요하게 다가와, 마치 또 하나의 세상이 수면 아래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분명 같은 장소였지만, 지난번에 느꼈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날씨, 빛, 그리고 물결의 상태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같은 공간이 이처럼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비롭게 다가왔다.
물 위에서 날갯짓하며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새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 마리는 날개를 활짝 펴고 물 위를 스치듯 날며 자유롭게 유영했고, 또 다른 한 쌍의 새는 서로를 향해 다정하게 다가가며 알콩달콩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새 새들의 수가 부쩍 늘어난 듯했고, 그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진 것이 느껴졌다. 물 위를 무대로 삼아 펼쳐지는 그들의 생동감 넘치는 장면은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조용한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평화롭고도 역동적인 순간이, 사진 한 장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난번에 화려하게 봄을 알리던 꽃들은 지고, 꽃받침만 남은 채 초록의 잎들이 얼굴을 내밀며 또 다른 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고, 빨갛고 노란 잎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름 모를 나무에서는 하얗고 몽글몽글한 솜뭉치들이 피어올라 바람에 날리며, 마치 흰 눈송이가 살포시 머리 위로 내려앉는 것 같은 풍경이 한층 더 운치를 더해주었다.
한 시간 넘게 기지제 호수를 천천히 돌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주변 풍경도 감상하며 사진으로 추억을 담았다.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바람은 적당히 불어 주었고, 햇살이 내리쬐다가도 덥다 싶을 즈음이면 슬그머니 구름 속에 몸을 숨겨주며, 순간순간마다 걷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배려해 주는 듯했다.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완벽한 하루였다.
산책을 마치고 들른 커피숍,
노오란 인테리어 속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초록으로 물든 풍경이 마치 노란 액자 속의 한 푹의 그림처럼 가게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차였다.
점심시간에는 노상에 주차할 수 있었지만 오후 2시까지만 주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차 알림이 왔는데 확인하지 못해서 주차위반 딱지가 날아올 것 같은 예감이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를 댈 곳이 많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쉬웠다.
기지제는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멋진 장소인 것 같다.
다음에는 또 얼마나 달라진 모습으로 나를 맞이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