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일상

부모님과 함께한 소중한 하루

가치삶 (가치있는 삶) 2025. 5. 7. 22:02

후회하지 않기 위한 작은 노력

 

저희 부모님은 시골에서 평생 농사일만 하시며 성실하게 살아오신 천직이 농부이신 분이다.

평생 농사꾼으로 살아오신 흔적이 오래전부터 몸 이곳저곳으로 나타나기 시작해서 자주 병원을 찾고 계신다.

 

한 달 전, 아버지께서 앉았다 일어나시다가 넘어지며 무릎을 심하게 부딪치셨는데, 그 이후로 무릎에 물이 차서 치료받고 계신다. 처음 방문한 병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셨는데, 어떤 병원은 갈 때마다 무릎에서 물을 빼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병원은 물을 빼면 안 된다며 대신 주사를 놓아주었다고 한다. 치료 방식이 제각각이다 보니 믿음이 가지 않아 병원을 자주 바꾸신 듯하다. 가끔 우리와 함께 병원에 가시기도 했지만, 자식들에게 번거로움을 주기 싫으셨던 것 같기도 하다.

 

다행히 그 와중에 아버지께서 마음에 드는 병원을 찾으셨는지, 오늘 다시 병원을 찾으셨다.

연휴 다음 날이라 그런지 2시간을 넘게 기다리신 끝에 진료를 받으셨다. 원래는 어머니도 함께 모시려고 아들이 갔었는데 싫다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아버지 혼자 오셨다고 한다.

 

우리는 친구 어머니가 맛있게 잘 드신다는 오리백숙 집을 예약해 두고 다시 가서 어머니를 설득하여 모시고 나왔다.

1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식당에는 아직 식사 중인 손님들이 계셨다. 잠시 기다리니까 생각보다 양이 많은 큼직한 오리백숙이 나왔다. 뼈를 발라 그릇에 드렸는데 아버지께서 입맛이 없으신지 별로 드시지 않으시더니 이내 더는 못 드시겠다고 하셨다.

 

혹시나 해서 찹쌀밥이라도 조금 드려 봤는데, 황기가 들어간 음식은 싫어하신다며 잘 드시지 않으셨다. 백숙에 황기가 많이 들어가 냄새가 강했는데, 그게 입맛을 떨어뜨린 것 같았다. 다행인 것은 평소에 고기를 잘 드시지 않던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아버지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는데, 기대만큼 드시지 못하셔서 아쉬운 마음이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쑥떡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동생과 함께 파릇파릇 깨끗한 쑥을 뜯기 위해서 청정지역 지인 소유 산속으로 갔다. 옛날에는 흔한 쑥이었는데 지금은 귀한 쑥이 되었다. 쑥이 있어도 함부로 뜯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 제초제를 많이 사용하는데 제초제 종류 중에는 약을 뿌려도 바로 죽지 않고 4~5일 후에야 죽기 시작하는 약도 있어, 보기에는 싱싱해 보이더라도 제초제를 뿌린 쑥일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작년에도 갔던 깨끗한 곳으로 부모님과 함께 가서 쑥을 뜯었다.

 

부모님을 댁에 모셔다드렸는데 아버지께서 양수기가 고장 났다고 하셔서 수리센터에 맡기기로 했다. 한 곳에서는 고치기 어렵다며 새 제품을 추천해 주셨다. 418천 원이라며...

여러 곳을 다녔는데 그중 한 곳에서는 수리가 가능하다고 해서 수리비 15만 원에 맡기고 돌아왔다. 왠지 많이 남는 장사를 한 것 같아 뿌듯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지만,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이 소중했고 또 하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 날이었다.

가끔씩 부모님이 부르시면 귀찮아하기도 했는데, 혼자서 병원에 다니셨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 한구석이 찡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내 자식에게 쏟는 정성 십 분의 일 만큼만 부모님에게 해도 효자 소리 듣는다는 말이 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