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집콕 일상

열무, 얼갈이 물김치

가치삶 (가치있는 삶) 2025. 5. 9. 16:59

파프리카 넣지 않은 김치(가운데)와 파프리카 넣은 김치(오른쪽) 색상 차이

 

내 방식대로의 열무 얼갈이 물김치

 

어제 친구가 텃밭에서 기른 것이라며 열무와 얼갈이를 가져다주었다. 보기에도 야들야들 연한 게 물김치가 생각이 났지만, 걱정이 앞섰다. 사실 물김치를 맛있게 담가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이다.

 

정해진 양을 재서 하는 레시피가 아니라 내 맘대로 눈대중으로 하는 요리법이라 담글 때마다 맛이 달라진다. 어쩌다 레시피대로 따라 하다가도 어느새 내 방식대로 해 버리는 편이라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시마, 멸치, 표고버섯, 대파, 디포리, 황태 대가리 등 생각나는 재료들을 넣고 끓기 시작하여 중 약 불로 놓고 계속 끓였다. 육수가 진하게 우러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오래 끓일 마음으로 계속 올려 두고 물김치 담을 재료를 손질했다.

 

열무와 얼갈이는 고맙게도 친구가 손질해 놓아서 눈에 띄는 겉잎만 떼어 내고 잘라서 씻어 소금에 절여 놓았다.

 

그리고 양파와 무, 마늘, 생강을 넣고 갈아 즙을 짜 두었다. 사과나 배가 없어서 좀 아쉬웠다. 그 맛은 매실액이 담당할 것이다. 이번에는 작년에 말려 둔 고추를 불려서 따로 갈아 놓았다. 아버지 드릴 물김치와 분리해야 해서 고추를 따로 갈았다. 쪽파, , 당근, 양파를 썰어 놓고

소금에 절여 놓은 얼갈이를 한 번 뒤집어 주었다.

 

육수도 우러나서 식도록 내려놓고 이제는 풀을 끓일 차례이다. 밥을 갈아서 해도 되지만 쌀가루가 있어 육수를 넣어서 풀을 쑤어 식혔다.

다 절인 얼갈이를 씻어 물기를 뺐다.

 

이제 버무릴 차례이다.

통에 절인 얼갈이, 잘라 놓은 양념, 갈아 놓은 즙, 풀국, 육수를 양쪽 통에 나누어 넣은 뒤 육수를 자박자박할 정도로 부었다.

아버지는 국물을 좋아하시지만, 멸치 냄새를 싫어하셔서 육수와 생수를 반반 섞어 물의 양을 많이 잡아 굵은소금으로 간을 했다. 슈가가 없어 대신 원당과 매실액을 조금 넣었다. 간을 세게 드시는 아버지가 입맛에 맞도록 추가해서 드실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맞춰놓으면 된다.

 

우리가 먹을 것에는 갈아 놓은 고추를 추가하고 육수만 넣었다. 이렇게 해서 물김치를 완성 했다. 점심을 먹고 가게에 다녀오려 했는데 비가 와서 고민이 됐다.

 

아버지 물김치가 색이 없으니 맛이 없어 보여서, 색을 내기 위해서 맵지 않은 고추 사려고 했는데, 비가 오니 귀찮았다. 아무리 귀찮아도 맛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왕이면 맛있게 먹어야 하니까. 그 정도 귀찮음은 감수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다녀왔다.

 

맵지 않은 고추가 없어서 파프리카를 사다가 갈아 넣었다. 너무 많이 넣으면 파프리카 맛이 많이 날까 봐서 조금 넣었더니 연하게 색이 나왔다. 맛있게 익기를 바라며 오늘도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워봤다.

 

조금은 수고로운 하루였지만 일주일의 밥상을 채운 기쁨에 마음이 한결 가볍고 따뜻해졌습니다. 당신의 하루도 따뜻한 하루였기를 바래봅니다.

**친구야 잘 먹을게. 덕분에 반찬 한 가지 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