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 이야기
새치에 얽힌 한 가정의 소소한 민간요법 이야기
결혼 초, 어느 날 남편의 베갯잇이 새까맣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만 해도 멋 내기 염색이 많지 않은 때라서 젊은 나이인데 염색을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베갯잇에 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20대 초반부터 갑자기 새치가 많이 나기 시작해서 염색을 해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젊은 나이에 얼마나 신경 쓰였을까 싶어 마음이 짠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염색한 머리카락이 자라며 새치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많아 나라도 염색을 선택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전에 고서에서 '생강즙으로 새치 없애는 방법'을 보았었다면서 시도해 보기를 원했습니다. 새치를 얼마나 없애고 싶었으면 그런 고서까지 찾아보았을까 하는 생각에 바로 준비하여서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생강즙을 준비한 후 혹시 생강즙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두피 따가움 등이 발생할 수 있어서 몇 가닥만 먼저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묻혀 놓고 몇 분을 기다려 봤으나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먼저 두피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면봉을 사용해서 생강즙을 묻혀서 새치를 뽑은 자리에 묻혔습니다. 그런데 너무 넓은 부위에 생강즙이 묻어 다른 모공에도 영향을 끼칠까 조심스러워서 이쑤시개를 사용하여서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쑤시개를 사용하니 뾰족한 끝부분에 아주 소량의 생강즙만 묻어 뽑힌 자리에 찍을 수가 있어 편리했습니다. 그런데 혹시라도 힘 조절이 안 되어 찌를까 봐 숨도 작게 쉬면서 집중하여 새치 뽑기에 정성을 들였던 생각이 납니다.
준비물은 단 두 가지.
생강즙, 이쑤시개(면봉은 흡수량이 많아 넓은 면적에 묻어 불편했음.)
방법은 간단하지만, 집중력과 정성이 필요했습니다.
새치를 한 올 뽑고, 그 자리의 모공을 주시한 뒤 생강즙을 묻힌 이쑤시개를 건네받아 정확히 새치를 뽑은 모공 그 자리에 생강즙을 찍어 발랐습니다. 혹시라도 고개를 돌리면 위치를 잊을 수 있어 눈은 그 자리에 두고 손만 내밀어 쥐어주는 방식으로 집중하여 한올 한올을 뽑아나갔습니다. 새치가 많아 시간도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새치를 하나하나 정성껏 뽑고 생강즙을 발라가며 그 많은 새치를 다 뽑았지만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습니다. 그 후 25년 넘게 새치 없이 지내다가 작년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여 다시 염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종종 그때를 떠올리며 새치를 뽑아줘서 오랫동안 편하게 살았다며 웃곤 한답니다.
물론 이 효과는 저희 부부에게만 해당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고 도전해 보실 분은 꼭 테스트를 먼저 해 보시기를 권하며 또한 머리숱이 적으신 분은 신중히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머리숱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몸은 늙어가지만, 경험은 그만큼 쌓이는 것 같습니다. 그 경험에서 얻어지는 지혜는 큰 자산으로 남게 되고요.
이 작은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행복한 나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