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야기 "붕어섬 둘레길"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산책
오늘은 제 고향이자 부모님이 계신 곳, 붕어섬 둘레길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이곳 주위는 자주 찾는 익숙한 장소지만, 이번에는 조금 특별했답니다. 바로 타지에 사는 언니가 내려와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둘레길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걷는 것이 불편하신 아버지는 정자에서 쉬시도록 한 후 엄마와 자매들이 함께 둘레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붕어섬은 가끔 둘러봤지만 둘레 길은 만들어진 지가 오래되지 않아 저도 따라 걸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걷기 좋은 길, 마음이 시원해지는 풍경
가파른 둘레길 입구는 누구나 산책하기 편하도록 3단의 완만한 데크길로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둘레길에 들어선 우리를 반겨준 건 커다란 오동나무 몇 그루였습니다. 장롱을 만들고도 남을 정도로 웅장한 나무에 작은 보랏빛 꽃이 은은하게 물들어 있었고, 그 너머로는 맑은 물과 붕어섬 일부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길
흔한 둘레길일 수 있지만 호수를 끼고 도는 이 둘레길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데크길은 인간의 손길이 닿았으면서도 마치 오래전부터 자연 일부였던 것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맑은 호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에 빠져들기도 하고 가끔은 아찔한 절벽 길이 가슴을 내려앉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조차 이 길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산초나무와 부처손, 자연이 주는 추억
즐겁게 산책하던 도중 갑자기 언니가 발을 멈추고 데크 밖 뭔가를 가리켰습니다. 그곳에서 언니의 눈길을 끈 것은 작은 나무였습니다.
오래전에 검은 열매로 기름을 짜서 밥을 비벼 먹었던 그 나무, 향이 진해서 호불호가 갈리던 그 나무,
어렸을 때는 산에 흔한 나무였지만, 언제부턴가 사라져 지금은 흔치 않은 나무로 변한, 바로 산초나무입니다. 산에서 다시 보게 되니 참 반가웠습니다.
또 하나의 반가운 존재는 바로 부처손이었습니다.
부처손 또한 국사봉에 흔했었습니다. 그런데 약초로 쓰인다고 하면서부터인가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이제는 사람의 손이 닿기 힘든 절벽에서나 볼 수 있는 식물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절벽이 많아서인지 둘레길 절벽에는 부처손들이 빼곡히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어 반가움이 더했습니다.
강물, 그늘, 바람… 마음마저 시원해지는 길
햇살은 조금 뜨거웠지만, 나무 그늘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넓게 흐르는 강물 덕분에 마음마저 시원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붕어섬 둘레길
원래는 우리 가족만의 즐거운 기억으로 간직하려 했던 산책이었는데,
사진을 보시던 지인이 “너무 멋지다”라며 궁금해하셔 더 많은 사람과 나눠보자고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전북 임실, 운암에 있는 사계절이 아름답고 멋진 국사봉, 붕어섬, 둘레길이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고, 사랑받는 곳이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