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전주 천변 산책

가치삶 (가치있는 삶) 2025. 7. 3. 01:03

천변 산책에서의 여유

 

날이 덥다는 핑계를 대며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나. 오늘은 오랜만에 뜨겁지 않은 이른 아침 시간을 이용하여 산책할 생각으로 썬크림과 모자로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서니 햇살은 보이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차림이 지나친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천변은 푸르름으로 가득했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두 팔 벌려 온 몸으로 느끼며 산책의 여유를 만끽했다. 며칠 동안 뜨거운 날씨가 이어진 탓인지 산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덕분에 산책로에 있는 운동기구들도 한가로워 보였다.

 

물의 양이 적던 전주천은 지난번 내린 비로 제법 많은 물이 흘러, 보는 이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 주었다. 돌다리 틈을 타고 흐르며 부딪치는 물소리는 청량하게 울려 퍼져 귀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산책로 옆에는 어느덧 초록의 풀이 어른 키보다 훌쩍 자라 있었으며 한쪽에서는 그 풀을 제거하려는지 작업차가 서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시원해 작업도 한결 수월할 것 같아 보였다.

 

모처럼 나선 산책은 나의 마음을 활짝 열게 했고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 동안 자주 다녔던 산책길인데, 오늘따라 징검다리가 눈에 들어와 어릴적 추억을 소환했다.

 

어렸을 때 우리 동네의 징검다리는 다리랄 것도 없이 누군가가 신발을 젖지 않기 위해서 주변의 돌을 주워다가 놓고 건넌 길이었다. 다음 날 등교길에 가 보면 돌이 물살에 없어져 다시 주위에 있는 돌을 주워, 신발이 물에 닿지 않을 정도의 물 위로 조금 나오게 놓고, 그것으로 만족해 하며 두팔 벌려 중심을 잡고 아슬아슬하게 건너야만 했다. 발을 잘못 디디거나 돌을 잘 못 놓아 무너지면 말 할 것도 없이 신발, 어쩌다는 옷까지도 다 젖었다 그땐 그것이 참 싫었는데... 지금은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큰 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안정적으로 건널 수 있게 되어있다. 보기에는 그때의 감성을 느낄 수는 없어 보였지만 막상 징검다리 위에 직접 서 보니 그때 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돌 사이로 새 차게 흐르는 맑은 물소리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한참을 걷다 보니 다리 아래에 도착했다. 이곳은 천을 따라 산책로가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다리가 있는데, 주로 다리 3개 정도까지 산책을 하고 돌아오곤 한다. 그 첫번째 다리인 이동교이다. 여름엔 역시 다리 아래 그늘이 최고인 것 같다. 시원한 그늘과 바람, 깨끗한 물, '여름이 되어 갈 수록 이곳 다리 아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겠지!' 라는 생각을 뒤로하고 다시 걸었다. 

 

멀리 보이는 파크 골프장에는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어떤 분들은 일찍 나오셨는지 벌써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셨다. 요즘은 파크 골프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스포츠라고 들었다. 천천히 걸으며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어 좋은 운동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주변을 살피며 여유롭게 걷다 보니 뜨거운 햇살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새 얼굴에 땀이 흐르기 시작해서 시간을 보니 8시였다. 조금 전과 지금의 날씨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양산을 펼쳐든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파크 골프장 앞 위쪽에는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다. 산책을 하다 보면 가끔 급히 화장실이 필요할 때가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 천변 산책로 곳곳에 화장실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직접 들어가 보지는 않았었는데, 오늘은 궁금하여 들어가 보았다. 화장실 내부는 에어컨이 가동되어 시원하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더운 날엔 여기서 잠시 쉬어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날씨로 돌아가는 길은 시원한 길로 걷기 위해서 산책로가 아닌 도로 옆 가로수 길로 걸었다. 벗나무들의 초록 잎사귀들이 햇살을 가려줘서, 시원하여 산책하기 좋았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다 본 천변 풍경과 저 멀리 보이는 고층 아파트, 구름, 도로, 나무, 물모든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작품들이 어우러져 또 다른 멋진 풍경을 만들어냈다.

 

시원한 그늘로 한참을 걷다 보니 활짝 핀 무궁화꽃이 보였다. 그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다. , 일까?

다른 나라에 가면 애국자가 된다던데... 여긴 우리나라인데...!

아름답고 정 많은 우리 나라나뭇잎 사이로 비춰진 햇살조차 새롭고 멋지게 느껴졌다. 이런 하나하나가 우리나라의 멋이겠지!!

 

아래로 내려다보니 징검다리는 새들의 쉼터가 되어 게임이라도 하듯이 하나씩 다리를 이동하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새들이 비상하는 장면을 찍고 싶어 한참을 기다렸지만, 새들은 전혀 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 결국 포기하고 돌아섰다.

 

다시 걷다 보니 다리 아래에 어르신 한 분과 비둘기 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찍어 보려고, 다리아래 쪽으로 내려가 가까이 갔는데도, 날아가지 않는 비둘기를 보고 일부러 발을 세게 내딛어 놀라게 만들었다. 그제서야 놀란  비둘기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여러 번 셔터를 눌러 겨우 나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멋있었다. 부럽기도 했다. 

 

갈 때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돌아가는 길에는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돌 틈에 핀 들꽃, 그리고 편안히 둘이 앉아서 쉬기 좋은 넓은 돌, 그 옆에 핀 들꽃들,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다다랐다. 이곳에는 해충 기피제를 분사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서 해충들이 많은 계절에는 기피제를 사용하고 산책하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정말 고맙게 느껴졌다.

 

덥다는 핑계로 움직이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무기력해질 수 있는 요즘, 가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새벽 아니 이른 아침 산책을 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