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진 순간
친구들과 함께 모처럼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난 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후식과 차 한 잔을 즐기기 위해 찻집을 찾기로 했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중 한 친구가 지인의 추천을 받은 카페가 있다며 그곳으로 가 보자고 제안했다. 추천이라는 말에 살짝 기대가 생겼고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확인해보니 봉동 근처에 위치한 곳으로 차로 약 10분 남짓의 거리였다.
카페에 도착하니 첫인상은 다소 낯설었다. 넓은 주차장을 끼고 조립식 건물처럼 보이는 2층짜리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고, 1층에는 유케이 축구교실 그 옆으로는 작지만 정돈된 축구장이 자리하고 있었고, 카페는 외부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야만 하는 구조였다. 일행 중 몇몇이 다리가 불편해 높은 계단이 걱정스러웠지만 우리는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로 했다.
카페 외관은 겉보기에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고 오픈했는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외관만 봐서는 카페라고 느끼기 어려웠다. 하지만 문틈으로 은은히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고 영업 중임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계단을 오르며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모든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카페 내부는 예상과 달리 넓고 깔끔했으며 정갈하면서도 편안하게 꾸며진 넓은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인분은 아름다운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 따뜻한 환대는 단번에 우리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넓게 오픈되어 있었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큰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외부 풍경이 시야를 시원하게 트여 주었다. 통창 너머로는 고즈넉한 자연 풍경이 펼쳐져 있어 마음까지 평온해졌다.
카페 구석구석에는 "스타티스" 꽃이 다양한 색감으로 정갈하게 꽂혀 있었고, 그 모습이 공간 전체에 단아하고 정돈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꽃들이 주는 고요한 아름다움이 실내를 한층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었고 감성을 자극하는 인테리어 요소로 작용했다. 벽에는 사진과 그림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전혀 산만하지 않으면서도 카페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특히 오드리 햇번의 사진과 우아한 여인의 그림이 놓인 테이블은 마치 하나의 소박한 전시처럼 느껴져 눈길을 끌었다.
또한 한쪽 벽면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바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조차도 묘하게 전체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있었다. 편안한 큰 소파와 작은 테이블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전형적인 카페의 인테리어와는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지 않고 창밖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앉아, 식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빵과 커피를 주문했다.
통창 앞에 나란히 앉아 따뜻한 차와 빵을 앞에 두고, 우리는 서로 마주 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일상의 이야기, 사회 이야기, 가족 이야기까지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무엇보다 이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건 배경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이었다. 음악 특유의 리듬은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며 느릿하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주었고 머릿속의 긴장을 천천히 풀어주는 듯했다. 음악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다정하게 위로를 건네며 우리와 함께 그 공간을 채워주고 있었다. 카페에서 나오는 길, 귀에 낮 설지 않는 음악에 대해 여쭤보니 째즈 음악이라고 말해주셨다. 멋진 째즈 음악과 좋은 친구들 그리고 이 공간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특별할 것 없던 하루가, 오랫동안 나를 미소 짓게 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별다른 기대 없이 방문한 곳이었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여유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솔라시 카페'라는 이름이 어쩐지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처음 방문했음에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공간처럼 친숙하게 다가왔다.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이 카페를 나도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만약 누군가가 "조용하고 아늑하며, 감성이 살아 있는 카페를 알고 싶다"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봉동에 위치한 '솔라시 카페'를 추천할 것이다. 겉모습이 아닌 그 속엔 진심이 담긴 환대와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삶의 여백을 채워주는 음악과 자연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