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보고
우연히 유튜브에서 문형배 헌법재판관님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인터뷰 속에서 문 재판관님은 김장하 선생님의 도움으로 고등학교 2학년부터 대학교 4년까지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를 하셨다고 한다.
사법시험을 합격하시고, 인사하러 가신 자리에서 선생님께서는 “내게 고마워할 것은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으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큰 파도가 밀려들어와 마음을 휩쓸고 지나간 듯 먹먹해 숨이 턱 막히는듯했습니다. '도대체 김장하 선생님은 어떤 분이시길래?' 궁금해졌다.
검색을 통해서 다큐멘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쿠O플레이에서 결제하고 시청하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23년도에 제작되었지만, 그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문형배 재판관님의 언급으로 이후 다시 주목을 받는 듯하다.
이 다큐를 제작한 김주완 기자님도, '어떤 분이시길래?, 왜?,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으로 취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 다른 취재는 거절을 당하기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 취재는 달랐다고 한다. 한 사람을 만나면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고, 마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김장하 선생님은 진주에서 '남성당 한약방'을 하시면서, 이름 없이, 빛 없이 다양한 사회봉사를 실천해오신 분이라고 한다. "아프고 괴로운 사람을 상대로 해서 번 돈이라서 허투루 쓸 수가 없어서, 모아 사회에 환원했다."고 말씀하셨다.
평생 승용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셨으며, 양복 소매는 다 헤져 와이셔츠 단추가 옷소매에 걸릴 정도였고,
그리고 응접실 의자와 방석을 30년 넘게 사용하실 정도로 자신에게는 냉혹할 만큼이나 검소하게 사시면서 타인에게는 전부를 베풀며 사셨다.
이 일을 하지 않으셨으면 무엇을 하고 싶으셨는지를 묻는 말에는 대학교수, 가르치는 일을 하시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 어떤 가르치심보다도 몸소 행하신 가르치심, 그 가르치심이 지금 어디에선가 작은 불씨가 되어 활활 타오르고 있을 것 같다. 문형배 헌법재판관님처럼...
명신고등학교 설립과 헌납, 일제강점기 인명록 제작, 환경운동, 형평(평등)운동, 위안부 문제, 극단, 청년문학회, 가정폭력피해 여성 보호시설 등 폭넓고 다양한 분야에 도움을 주셨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관계자 분이 말씀하시길 그때는 여성운동은 말도 꺼내지 못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흔쾌히 도움을 주셨다고 한다. 혹시 행사가 있어 가운데 모시고 싶어도 항상 끝자리 구석에 앉아 돋보이려 하지 않으셨다고 하며, 김장하선생님을 맑은 호수 같다고 표현을 하였다. 딱 맞는 표현인 것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도움을 줄 때도 가르치려 하지 않으셨고, 말없이 묵묵히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하셨다고 한다. "당신이 원하는 그림을 당신이 그리면 된다."며 누구에게나 스스로의 길을 응원해주셨던 분입니다.
다큐를 보며 문득 ‘이렇게 모든 걸 베푸는 삶이 과연 가능한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그 어떤 표현도 그분의 삶을 온전히 담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방치되었던 김상호 선생님의 묘에 비석을 세우며, 묘비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졌다고 한다.
“모진 풍파의 세월이 계속될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선생님이시다.”
그 말이 꼭 김장하 선생님을 향한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한 사모님을 보며 또 한 번 감동을 느꼈다. 처음엔 ‘자녀는 있지만 혹시 혼자 지내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뒤늦게 등장하신 사모님을 보며 참 존경스러웠다.
여성으로서, 배우자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도 많았을 텐데, 그 모든 여정에 함께 하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와 감동을 안겨주었다. 어쩌면 선생님의 위대한 삶이 가능했던 것은 곁에서 함께한 사모님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다큐를 보는 내내, ‘이분은 사람이 아니라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하나를 가지면 또 하나를 갖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살아오신 김장하 선생님이 남은 생은 부디 편안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나 자신의 삶을 뒤 돌아 보게 만드는 여운이 깊이 남는 감동의 대서사시 같은 느낌이었다.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시면 한 번 보실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런 분의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고생해 주신 김주완기자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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