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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족

다슬기와 재첩

by 가치삶 (가치있는 삶) 2025. 6. 1.

자연에서 건진 작은 행복

지인의 소개로 동생들과 함께 다슬기를 잡으러 가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오랜만에 다슬기를 잡으러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설렜다. 다슬기국이나 수제비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직접 잡는 경험은 먹는 즐거움과 잡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 항상 즐겁고 기대가 된다.

 

누군가는 조금 사다 먹고 말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직접 잡는 재미는 고기 잡을 때 느낀다는 손맛처럼 각별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잡는 동안은 오로지 다슬기 잡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큰 매력인 것 같다. 흠이라면 오랫동안 허리를 숙이고 있다 보면 허리가 아플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

 

다슬기 잡기를 좋아하다 보니 다슬기가 많다고 하는 소식을 들으면 일부러 시간 내어 다녀오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슬기가 예전만큼 많지 않아 맘뿐이었는데 이번 지인의 소개 덕분에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갔다.

 

출발 전에 양파망, 팔토시, 다슬기 잡는 수경, 비닐봉투, 장갑, 수건, 여벌의 옷 등을 준비해서 슬리퍼를 신고 동생과 함께 약 1시간 거리의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동안 예전에 부모님과 다슬기 잡으러 가서 라면 끓여 먹던 추억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지인이 위치를 자세히 알려줘서 쉽게 찾아가 주차할 수 있었다.

 

도착 후 냇가로 내려가 보니 넓은 냇가 가운데는 물살이 조금 세게 느껴져서 우리는 조심히 한쪽으로 들어갔다. 무릎 아래의 물 높이로 다슬기 잡기에는 적당했으나 다슬기가 잘 보이지 않아 약간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두 마리씩 눈에 띄기 시작했고, 허리를 펼 틈도 없이 재미있게 주워 담기 시작했다. 잡다 보니 냇가 위쪽까지 올라가게 되었는데, 위로 갈수록 다슬기가 점점 보이지 않아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어느 정도 다슬기를 잡았을 무렵, 동생이 재첩이 많다며 잡기 시작했다. 예전에 먹어봤던 뽀얀 재첩국이 생각나 동생과 함께 재첩을 잡기로 했다. 동생이 잡아 주면 우리는 재첩과 돌을 구분하며 주워 담았다. 맨발로 다슬기를 잡다가 발이 아프다며 먼저 철수했던 제부가 요즘 자주 아파하는 동생이 걱정되었는지 불러서 우리는 결국 1시간 반 정도 잡고 아쉬움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다슬기는 야행성이라 저녁에 불빛을 비추면 더 잘 잡힌다는 이야기가 떠올라서 다음엔 꼭 랜턴을 챙겨서 저녁에 잡으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들과도 저녁에 다시 오자고 약속을 했다. 다음엔 간단한 컵라면이나 간식을 챙겨와 쉬엄쉬엄 잡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돌아와 양파망에 담긴 다슬기와 재첩을 수돗물로 박박 문질러 씻었다. 재첩은 소금 한 스푼을 넣고 신문지로 덮어 두고, 다슬기는 수돗물을 부어 덮어 두었다. 2시간쯤 지나 궁금해서 살짝 열어보니 다슬기와 재첩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여 신기하고 뿌듯했다. 다시 한번 깨끗이 씻어 새 물로 갈아주었다.

 

내일은 재첩국과 다슬기 수제비를 해 먹을 예정이다. 벌써부터 기대에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의 경험은 먼 훗날 기분 좋은 추억 속의 어느 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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