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느 날, 10년 전쯤 구매한 42인치 TV 화면이 갑자기 새까맣게 변하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소리는 정상적으로 나왔다. 당황한 나는 서비스센터에 문의해 보았고, 백라이트가 나갔다며 수리 비용이 약 18만 원 정도 든다는 답변을 받았다.
수리를 맡기자니 비용이 부담되고, 버리기엔 아까워 직접 수리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백라이트를 약 3만 7000원에 구매해 자가 교체할 수 있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도전하기로 했다. 어차피 버릴 거라면 직접 시도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백라이트를 주문한 지 이틀 만에 제품이 도착했다.
남편은 "그냥 TV를 새로 사는 게 낫지 않겠냐"며 걱정했지만, 나는 모르는 척하고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TV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프레임을 제거하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내부 부품이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남편이 전동 드라이버를 가져왔다. 덕분에 함께 작업하면서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남편이 나사를 풀면 나는 어느 부분의 나사인지 확인하며, 테이프를 이용해 나사를 잘 보관했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부품을 모두 해체하라고 했지만, 꼭 필요한 부분만 해체해도 백라이트 교체가 가능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나사 종류가 많으므로 어디에 들어가는지 표시해 두지 않으면 조립할 때 번거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체 작업을 할 때는 백라이트를 하나씩 떼어내고, 거기에 맞는 번호의 새 제품을 같은 자리에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새 제품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 백라이트를 끝까지 밀어 끼운 후 부착해야 하는데, 덜 삽입한 상태에서 붙여버린 것이다. 강력한 테이프 때문에 다시 떼어내기 어려워 그냥 두기로 했다. 이 때문에 TV가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걱정되었다.
모든 부품을 조립한 후, 긴장된 마음으로 전원을 연결했다. 그리고 전원을 켜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화면이 선명하고 깨끗하게 잘 나왔다. 그러나 한 가지 작은 흠이 있었다. 제대로 끼우지 못한 백라이트 부분 때문인지 화면 오른쪽 끝에 아주 희미한 세로줄이 생긴 것이었다.
다행히 눈에 잘 띄지 않아 TV를 시청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은, 요즘은 다양한 매체에서 수리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고장 난 TV를 그대로 버리고 새로 샀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무조건 버리기 전에 한 번쯤 고쳐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TV가 고장 난 분들이 있다면, 직접 수리에 도전해 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기본적인 도구와 약간의 인내심은 필요하지만,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번 경험이 너무 뿌듯했고, 앞으로도 일상에서 쉽게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활용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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