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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일상

아이의 독립으로 알게 된 것들

by 가치삶 (가치있는 삶) 2025. 4. 26.

'아이의 성장과 부모의 마음'

 

아이가 서울로 올라간 것은 작년 6월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취업이 되었다. 1달 후부터 출근이라 급하게 방을 구해야 해서 여러 사이트를 통해서 찾아본 후 약속을 잡고 찾아가게 되었다.

 

서울에 도착해서 좁은 곳에 겨우 주차하고 들어선 원룸, 열린 문으로 살짝 얼굴을 내밀어 방을 보았다. 순간 너무 놀랐다. '서울엔 아주 작은방이 있다더니, 이렇게 작을 수가 있을까? 이런 곳에서 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슈퍼싱글도 아닌 싱글보다 작아 보이는 침대, 침대에서 한 발짝이나 되어 보이는 앞에 화장실 그리고 침대 머리맡과 화장실 사이에 놓인 책상, 그 위에 책꽂이 그리고 의자를 뒤로 뺄 정도의 공간을 두고 있는 작은 냉장고, 이것이 전부였다.

 

월세 43만원인데, 싼 편이라고 하셨다. 사진으로 보기엔 크고 살만해 보였는데, 우리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서려고 하니, 다른 곳도 있다면서 보여주셨다.

 

그곳은 53만원으로 더 비쌌지만 작은 부엌도 딸려 있고 어차피 1달만 살고 HUG 전세 대출을 받을 예정이었을므로 계약을 했다.

한 달 후 생각대로 잘 진행되어 허그대출을 받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관리비와 이자 다 해서 월 20만원 정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HUG대출받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참 다행이었다.

 

아르바이트 경험 한번 없던 아이라 항상 아이 같았는데, 내 맘속에서만 아이였던 것이다. 누구보다 일 처리를 잘하는 듬직한 아이였다. 매일 뭘 먹었는지, 오늘은 어떤 일을 했는지,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엄마의 말에 짜증 내지 않고 모두 대답해 주는 착한 아이다.

 

성장해서 누구나 부모의 곁을 떠나 자립하는 건 당연한 건데, 막상 그 순간이 오니 가슴이 찡했다. 큰 애가 나갈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취업이 참 어렵다고들 하는 데 큰 어려움 없이 취업한 것도 고마웠다. 그동안 아이가 많이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어쩌다 방문을 열어 보면 컴퓨터만 하고 노는 것으로 보여 잔소리도 많이 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름 자기관리를 잘하고 있었던 것인데, 같이 있을 때라도 맘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믿어주고 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몰려들었다.

 

그렇게 매일 통화를 하고 가끔 집에 다녀갔다. 그러다가 3달 만엔가 집에 왔는데, 놀랄 만큼 너무 말라 있었다. 엄마 앞에서는 괜찮다 했지만, 걱정이되었는지 돌아가 검사를 해 보았다고 한다.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한 달쯤 지난 후 얼굴을 보여주면서 살이 좀 쪘다며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켜 주는 모습이 참 기특했다.

 

며칠 전 저녁을 먹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나서 보니 아들이었다. 엄마를 보고하는 첫마디가 "살 많이 쪘어요."라고 하는 아들의 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얼굴을 보여주려고 말없이 왔던것이다.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웠다. 부모가 되어보니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름 인정받고 잘 살아가고 있는 아이가 대견하고 멋있다.

 

엄마란 이런 존재인가 보다. 아이의 모든 것이 감사하고 고맙기만 하다.

우리 부모님도 나를 키우실 때 이런 마음이었겠지.

이제 쪼끔 알 것 같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