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심는 날
부모님은 농사를 짓고 계신다. 매년 힘들어하시면서 “이번만 하고 힘들어서 농사 못 짓겠다.”라고 말씀하시지만, 막상 다음 해가 되면 또 벼 심을 준비를 하신다.
매년 때가 되면 자연스레 준비하시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에게 농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삶의 일부인 것 같다.
자식들이 여럿이 있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아버지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달려가서 도와드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서운해하시기도 한다.
죄송한 마음에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으실 거 알면서도 소일거리로 조금씩만 하시라고 매번 권해 본다.
오늘은 모를 심는 날이다.
두 곳에 논이 있는데, 한 곳은 올벼, 한 곳은 늦은 벼를 심기 때문에 심는 날이 각각 다르다.
오늘 그 올벼를 심는 날이다. 예전에는 5월 중순쯤에 심었던 것 같은데, 온난화 영향인지, 심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모를 심기 전에 논에 물을 받아 로터리를 치고 살충제와 비료를 뿌리고 난 후에 모를 심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을 받아 로터리를 해 놓으면, 이양기에 살포기가 장착되어 있어, 살충제와 비료를 보충만 해 주면 모를 심을 때 함께 뿌려졌다. 일이 줄어들어 다행이었다.
동생들이 모두 좋아했다. 논이 큰 편이어서 기계가 한두 번 왔다 갔다 하면 모를 기계에 실어주어야 했다. 모를 싣고 나면 모판을 정리하고, 비료와 살충제도 가끔 보충해 주어야 했다.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12시쯤 되어서 일이 끝났다. 그런데 아버지가 모가 심어지지 않은 모퉁이 쪽은 손으로 모를 심어야 한다고 하셨다. 얼마 안 되니 심지 말자고 하니, 엄마랑 오셔서 한다고 하신다. 어쩔 수 없었다. 잠시 쉬었다가 하는 수밖에...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 온몸이 아팠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는 엄마가 왜 그러냐며 물으신다. 엄마는 우리가 모를 심고 온 것을 잊으시고는 “부부싸움 했냐?”고 물으신다. "우리도 늙어서 어깨도 허리도 다리도 아프다."고 하니 엄마가 웃으신다.
작은동생은 아버지가 편찮으시다고 해서 병원에 모시고 가고 큰동생하고 나는 논바닥이 빨판이라도 된 양,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장화를, 손으로 잡아당겨 빼가며 모를 때웠다. 한참 만에 병원에 가신 아버지가 오셨다. 들어가자 하셨다. 속으로 좋았다.
그런데 걱정이었다. 지금은 물이 많아 모 상태가 보이지 않지만, 물이 빠져 모가 빠진 곳이 많이 보이면, 두 분이 오셔서 심으실까 걱정이 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모를 심고 1주일 후에 풀이 나지 않도록 작은 돌멩이 약을 장화를 신고 논에 들어가서 던지는 작업이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기계로 뿌리는 약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가 그렇게 허락하셨으면 좋겠다.
오늘 모두 고생이 많았습니다. 오늘 고생이 헛되지 않게 풍년이 되어 부모님이 즐겁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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