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수목원 1차 방문기
전주는 작은 도시라고들 한다. 나 역시 회사와 집만 오가며 살던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블로그를 시작하고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매일 포스팅을 하다 보니 내가 사는 이 도시가 절대 작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우리 집 근처에 이렇게 예쁘고 근사한 장소가 많았는데, 그동안은 너무 바쁘게만 살았구나 싶었다.
오늘은 전주 수목원에 다녀왔다. 정오 무렵 도착했는데, 주차장이 여유로워 마음이 편했다. 친구가 아닌, 가장 가까운 사람과 함께여서였을까. 유난히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깊은 산 속에 온 듯 큰 나무들이 반겼다.
정갈하게 정리된 정자 곳곳에 마련된 설명 표지판이 숲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조금 걷다 보니, 백일홍 나무가 연못가에 우뚝 서 있었고, 그 아래 연꽃잎들이 파릇하게 물 위를 떠 있었다. 마치 그 호수를 지키는 수호자처럼 느껴졌다.
길을 걷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 나무가 있었다. 큰 나무에 돋아난 새순은 탱자나무 가시처럼 생겼고, 그 위쪽으로는 선인장도 아닌데 나무에 뾰족한 가시들이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 나무 이름은 '조각자나무'이다.
처음엔 신기했지만 계속 보다 보니 마음이 묘하게 아려왔다. 왜인지 모르게 안쓰럽고, 무서워 보이기도 했다. 사람이라면 많이 외롭고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요? 지금 사진을 다시 봐도 그 나무 앞에서 느낀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그 나무를 지나 걷다 보니, 편안함을 주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다. 숲속이라 그런지 시원함을 넘어 살짝 추운 느낌까지 드는데 왜인지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고 길도 완만하여 부모님이나 아이들과 와서 몸과 마음 쉬었다 가도 좋을 것 같았다.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니 ‘장미의 뜨락’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기와지붕을 중심으로 장미들이 가득했고, 아직은 활짝 핀 꽃은 드물었지만 한편에 피어 있는 몇 송이의 흰 장미에서 나는 향이 매우 진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알았다. 아, '내가 장미를 좋아하는구나'. 앞으로 장미가 나의 최애 꽃이 될 것 같았다.
장미 외에도 이름 모를 꽃들과 나무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오래된 무궁화나무들이 줄지어 심겨 있는 곳도 있었고, 다양한 꽃과 나무들로 인해서 발길 닿는 곳마다 눈이 즐거웠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흑 자작나무였다. 백 자작나무는 익숙했지만, 흑 자작나무는 처음 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와서 보면 자연스럽게 나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훌륭한 배움의 장이 될 것 같았다.
곳곳에 호수가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은 외계인이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독특한 둥근 다리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다리라는 단어가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참 인상 깊은 구조물이었다.
그리고 곳곳 설명 표지판에는 QR코드가 있어서 셀프 해설도 가능한 것 같았다. 오늘은 볼거리가 너무 많아 찍어보지 못했지만, 다음번엔 여유롭게 해설도 들어보며 둘러보고 싶다.
수목원은 하루 만에 다 둘러보기에 너무나도 풍성한 공간이었다. 오늘은 ‘장미원’ 근처만 둘러보았는데도 다음번엔 다른 구역도 찬찬히 돌아보고 싶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들어올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공조팝 꽃동산이 눈에 들어와 발길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옮겨졌다. 공조팝 꽃동산 가운데에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그곳에 올라가니 꽃으로 펼쳐진 작은 세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만개해서 조금씩 지고 있는 모습이지만 꽃이 지고 잎이 무성해도 멋있는 포토 존이 되어 줄 것 같은 공간이다.
가까운 사람과 함께 걷는 이 길, 사진보다 마음속에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전주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전주를 찾는 이라면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꼭 한 번은 들러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무료입장이며 바로 앞에 시내버스 정류장도 있어 편리할 것 같다.
공조팝나무 전망대에서 찍은 비디오
공조팝꽃동산 전망대에서 찍은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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