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이 있었습니다.
몇 일 동안 마음이 무겁다기보다는 불편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구매한 상품 때문이었습니다.
가끔씩 상품을 주문하다 보면 사이즈를 잘못 선택하거나 수량을 헷갈려 실수를 하기도 해서 저는 항상 주문 내역을 꼼꼼히 확인하는 편입니다. 이번 제품은 특히 옵션 구성이 헷갈리게 되어 있어 여러 번 확인하고 아주 신중하게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물건이 도착해서 확인해보니 제가 주문한 것과 전혀 다른 제품이 와 있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배송 오류라고 생각하고 반품 신청을 했는데, 반품비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쇼핑몰측과 통화를 했는데 이 제품은 입점 판매자의 상품이라 반품 처리는 직접 판매자와 이야기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쇼핑몰에서 모든 걸 관리하는 줄 알았기에 당황했습니다. 이미 판매자에게서 “반품이 안 된다”는 답변까지 받은 상황이라 더욱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쇼핑몰 측에 연락을 해서 "쇼핑몰을 보고 산 상품이니 쇼핑몰에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냐"고 여러 번 설명을 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습니다.
이후에도 찝찝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진짜 내가 잘못 본 건 아닌가 싶어 주변 지인에게도 쇼핑몰 페이지를 보여주며 장바구니에 담아보게 했습니다. 그런데 지인들조차 옵션이 너무 헷갈린다며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3일 전, 지인 한 명이 그 상품에 관심을 보이며 제 이야기를 듣고 무료 반품이 된다는 문구를 보고 신중하게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그 지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주문한 상품이 잘못 도착해서 무료 반품을 했다는 거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정말 이건 구매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옵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다시 한 번 쇼핑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차분하게 조목조목 설명드렸습니다.
놀랍게도 오늘 상담사분은 제 말을 정말 진심으로 들어주셨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여 듣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확인해본 결과 실제로 옵션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시며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반품 처리를 도와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너무 쉽게 처리가 되는 것을 보니 황당한 마음도 들었지만 동시에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그동안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처럼 느껴졌던 것에 대한 억울함이 해소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늘 상담사분이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는 사실이 가장 고마웠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다른 상담사분들도 있었지만 매뉴얼대로 대응만 하느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불편함을 단순한 ‘실수’로 넘기지 않고, 다시 한 번 짚어보려는 태도 하나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며칠 동안 문 앞에 ‘반품’이라고 써진 박스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이렇게라도 해결이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준 상담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작은 경험이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조금 더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써봤습니다.
'라이프 > 생각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장 부호 사용법 (0) | 2025.07.01 |
---|---|
주식 2 (7) | 2025.06.23 |
부모의 마음이 이런걸까? (1) | 2025.06.10 |
티스토리 글이 노출되지 않는 문제, 그리고 나의 고군분투 (3) | 2025.05.28 |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렵다" (2) | 2025.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