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남부시장 이야기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퍼지던 어느 이른 아침, 아버지의 병원 약 처방을 받기 위해 동생과 함께 밀리는 시간을 피해 미리 가서 기다릴 생각으로 아침 8시쯤 집을 나섰다. 병원 근처에 도착했을 때 뜻밖에 정겨운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전주 남부시장 앞, 길게 뻗어 흐르는 천변길을 따라 새벽시장이 활기를 띠며 길게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벌써 해가 높이 떠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북적였고 사람들의 열기와 생기 넘치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천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시장에는 알록달록한 파라솔이 정겹게 펼쳐져 있어 오랜만에 따뜻한 시골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시장 반대편에는 넉넉한 주차장이 조성돼 있어 차량을 세우기에도 편리했다. 시장에는 직접 키운 신선한 야채, 싱싱한 생선, 꽃, 채소 등의 다양한 것들이 소박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동생은 병원에 들렀고 나는 그 사이 장터를 천천히 둘러보며 오랜만에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
곳곳에서는 제철을 맞은 신선한 채소들을 팔고 있었고, 트럭을 몰고 온 상인은 “수미감자 한 박스 만 원!” 하고 마이크로 외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시장 곳곳에서 흥정하는 소리도 정겹게 울려 퍼졌다. 시골 장터 특유의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정을 나누고 있었다.
어떤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걸어와 마늘을 흥정하는 모습이 참 멋있게 보였다. 나의 미래의 모습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 지나가는 이에게 싱싱한 생선 있다며 다정하게 물건을 권하는 상인, 물건 앞에 앉아 살피며 살까 말까 고민하는 이들의 모
이 모두가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나도 그 풍경 속에 들어가 기웃거리며 구경하던 중 시선을 사로잡는 나무가 있었다. 바로 무화과 나무였다. 삽목으로 길러 낸 나무는 건강해 보였다. 베란다에 심어 나중에 맛있는 무화과를 따 먹는 상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병충해에도 강해 잘 자란다는 이 나무 결국 충동적으로 한 그루 구입했다.
무화과나무를 들고 천천히 걸어 차로 돌아가는 길 천변에는 야생화가 소박하게 피어 있었고, 물속에서는 작은 물고기
들이 부드러운 물결에 몸을 맡기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그 풍경은 잊고 있던 여유와 평온을 되찾게 해주었다.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는 사람, 모자를 눌러쓰고 힘차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아침의 활기를 더했다. 전주 남부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그렇게 사람들의 삶과 함께 숨 쉬고 있었다.
집에 돌아온 후 무화과나무를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잘 자라다오.” 하고 속삭이며 베란다 한쪽,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조심스레 놓아두었다. 단지 나무 한 그루를 샀을 뿐인데, 그 안에는 전주 천변 시장의 정겨운 풍경과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함께 담긴 듯했다.
전주 남부시장 천변 새벽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이웃 간의 정이 흐르고 삶의 풍경이 살아 숨 쉬는 장소였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이런 시골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행운이다. 다음는 좀 더 빠른 시간에 와서 이 곳의 진짜 새벽의 정겨운 아침 풍경을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남부시장 안에서 야시장을 여는데, 그곳에서 다양한 나라의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