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간식이었던 칡
시골을 다녀오는 길 문득 칡넝쿨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뉴스에서 칡넝쿨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가 칡넝쿨의 왕성한 성장에 영향을 미쳐, 참나무나 소나무 등의 토종 나무를 감싸 올라 햇빛을 차단해 말라 죽게 만들기도 하고 길가의 이정표도 타고 올라가서 보이지 않는다는 뉴스였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시골길 어디를 봐도 칡넝쿨이 타고 올라가는 것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예전에는 우리에게 친숙했던 간식이 되어 주었던 ‘칡’, 봄이면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시던 엄마가 고사리 보자기를 내려놓으시면 우리들은 그곳으로 모여들어 보자기 속의 통통한 칡순인 칡깽이와 찔레꽃 순인 찔럭을 찾아 껍질을 벗겨 부드러운 속살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없었던 시절이라 참 맛있게 먹었다.
봄에는 통통하고 연한 순을 먹고 겨울에는 살이 올라 쓰고 단 맛이 났던 뿌리를 먹었다. 칡은 암칡과 숫칡으로 나뉘는데, 암칡은 알이 있어 씹으면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반면 숫칡은 쓴맛이 많이 났던 것이 기억난다. 그렇게 우리에게 맛있는 간식이 되어 주었다. 요즘은 더 다양하게 뿌리 그리고 꽃, 잎 부분을 활용한 건강식품도 많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칡이 다양한 곳에 좋다고 말하곤 한다. 감기완화, 숙취해소, 그리고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하여 갱년기 여성의 갱년기 증상 완화 그리고 칡의 사포닌 성분은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준다는 정도의 효능은 널리 알고 있다. 칡의 뿌리는 한약재 이름으로는 ‘갈근’이라고 하며 차, 즙, 환 등의 형태로 섭취하며 꽃은 갈화로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옛날에는 누구나 먹었던 것 같은데, 칡도 주의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차가운 성질의 칡은 몸이 차가운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임산부나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전문가와 상담 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섭취를 피해야 한다고 한다.
어릴 적은 누구나 먹었던 간식이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나 보다. 피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이렇듯이 다양한 효능의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칡이 천덕꾸러기가 되어 확산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산림조합에 위탁해서, 관내 사유림을 대상으로 칡뿌리를 굴취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채취장소 확인 후 임산물유통센터에서 수매하는 방식으로 채취를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채취장소 확인 후라면 누구나 채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몸에 좋다고 하면 씨를 말린다는 말이 있는데, 누구나가 가능해야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박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 보았다.
고마웠던 기억 속의 칡이 지금은 생태계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넓은 칡잎이 높이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나름 멋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속에서는 나무가 죽어가고 있었고 이정표마저 가리는 칡넝쿨이 길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는 뉴스를 보니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갑자기 창피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때는 자연이 준 허기를 때운 간식이었지만, 이제는 관리가 필요한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칡넝쿨... 환경 변화와 함께 달라진 이 식물의 모습은, 우리가 익숙하다고 여긴 것들이 언제든 다른 얼굴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추억과 현실을 함께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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