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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일상

꽃 한 송이 바라보는 여유!

by 가치삶 (가치있는 삶) 2025. 4. 20.

동네 한 바퀴

봄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인데, 햇살은 벌써 한여름처럼 따가워 그늘을 찾게 만드는 하루입니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한 듯하지만, 한낮의 햇볕은 계절을 훌쩍 앞서가 버린 듯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습니다. 그런 날씨 탓인지 봄꽃들마저도 서둘러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벚꽃, 개나리, 목련, 진달래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얼굴을 내밀며 동네 곳곳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풍경이 환하게 변해가는 모습은 반갑고 예쁘기 그지없지만, 한편으로는 뭔지 모를 아쉬움도 남습니다. 마치 계절이 본연의 흐름을 잃고 급하게 앞질러 가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예정보다 빨리 찾아온 따뜻함과 자연의 빠른 변화 속에서, '올해 여름은 얼마나 더울까, 얼마나 길게 이어질까' 하는 막연한 걱정도 함께 피어오릅니다. 눈앞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도 자연의 리듬이 흐트러진 듯한 이 낯선 감각에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는 요즘입니다.

다양한 색으로 온 동네를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는 예쁜 꽃들의 모습

 

공원 주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연분홍색, 분홍색, 진분홍, 그리고 흰색까지 다양한 색깔의 철쭉이 활짝 피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꽃들이 마치 서로를 의식한 듯 한창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어 그 풍경만으로도 마음이 절로 환해집니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꽃잎이 흔들리고, 그 사이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문득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여유와 평온함이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잠시나마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듯한 이 산책길에서, 자연이 주는 위로와 휴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참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공원 주변에 다양한 색으로 봄의 절정을 알리고 있는 철쭉꽃

 

걷다 보니 학교 돌담 사이에 피어난 철쭉이 유독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분홍빛 철쭉이 거칠고 투박한 돌틈 사이 군데군데 피어 있는 모습은 마치 자연이 정성껏 그려낸 한 폭의 커다란 벽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자연의 섬세함과 조화로움이 느껴졌습니다.

학교 돌담 사이의 철쭉꽃

 

어떤 집 담장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여러 가지 색과 모양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소박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그 꽃들은 담장 주변을 한층 환하게 밝혀주었으며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반면, 또 다른 집 담장에는 노랑과 빨강 튤립이 단정하게 피어 봄맞이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듯 화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색감과 선명한 꽃잎이 주는 강렬한 인상이 주변 공간을 밝게 채우며 봄의 생동감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꽃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담장을 장식하며 봄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집 안팎을 수수하게 물들인 야생화들

 

동네 산책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꽃들로 꾸며진 화단들이 시선을 사로잡아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꽃들의 색과 모양이 각양각색이라 한눈에 담기 아쉬워 언제 또 만날지 모를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려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고 있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 날이라 꽃잎 위에 맺힌 물방울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더욱 빛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이 찰나의 순간들이 마치 작은 보석처럼 소중하게 다가와 걷는 내내 마음이 풍성해지는 산책이 됩니다.

물방울이 맺혀 마치 보석이 달린 듯반짝이는 모습


자연은 이렇게 우리 일상 가까이에 늘 함께하고 있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무심코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꽃 한 송이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퇴근길,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봄꽃들의 향연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철쭉과 야생화가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와 에너지가 분명히 느껴지실 겁니다.